120호 [사회쟁점] 국민연금과 복지국가의 전망
2003-04-04 14:00 | VIEW : 26
 
120호 [사회쟁점] 국민연금과 복지국가의 전망
국민연금 확대, 公公정책인가 空空정책인가

이재완 / 사회복지학 강사


오는 4월 1일부로 국민연금 도시지역 확대실시를 앞두고 가입 대상자의 반발이 노골화되고 있다. 전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도입된 국민연금이 제도확대 -전국민연금시대 개막- 를 목전에 두고, 사회보험의 원리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공적연금제도의 근간 자체가 훼손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국민연금의 도시지역 확대는 우리 사회의 급격한 노령화와 이에 대한 소득 보장체계의 부재 등을 생각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으로 노후소득보장체계의 근간이 되는 제도적 장치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공적연금제도는 특수직 연금제도로 시작하여 공무원연금(1960년), 군인연금(1963년), 사립학교교원연금(1975년)으로 확대되었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시행된 것은 1988년부터 10인 이상 사업체의 피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고 1995년에 농어민과 농어촌 지역주민들이 그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볼 때, 전국민연금시대의 개막은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활안정과 노후소득보장을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가입대상자들이 적극적인 참여와 환영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현실은 전혀 연금제도 확대의 본연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연금제도의 도시지역 주민확대과정에서 도시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의 부재로 소득신고접수를 받은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소득신고서를 낸 가입자는 전체 대상자 1천13만명의 25.6%(약 2백60만 명)에 지나지 않고 있다. 이 중에서 연금가입대상연령(18세이상~60세미만)임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없는 자와 학생, 군인 등의 납부 예외자는 약 1백35만 명으로 전체 신고자의 52%나 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납부 예외자가 많은 현실은 전국민연금시대라는 애초의 취지가 무색할 수 있으며, 연금보험제도의 기본원칙인 강제가입을 통한 연금 적용 대상자의 포괄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제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일관된 소득파악 체계가 필요한 터
이러한 상황은 현재, 제도 확대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의 미비로 말미암아 권장신고소득에 의거하여 연금보험료를 책정한데서 비롯된다. 즉, 가입 대상자의 실제소득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IMF상황 이전의 소득을 보험료부과 확정소득의 지침인 권장소득으로 활용함으로써 가입대상자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신고 권장소득이 실제 소득보다 높거나 실직자 등의 소득활동 유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가입대상자들의 주된 불만이다.

이러한 가입대상자들의 불만 뿐만 아니라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직장근로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즉, 자영업의 경우 소득파악이 곤란한 관계로 실제 소득과는 상이하게 하향 소득신고를 하게되면 소득이 전액 노출되는 임금근로자만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연금제도가 노후소득보장을 목적으로 계층간의 소득재분배효과를 달성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사업장가입자와 비사업장가입자간의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1995년 농어민들에게 확대실행된 당시에도 보험료 부과소득에 대해 농어민이 신고한 소득대로 인정함으로써 민원은 없었으나 실제소득보다 훨씬 낮게 신고(평균 56만원)되어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연금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사업장 가입자(평균 121만원)의 반발을 초래하였다.
국민 개개인의 소득파악의 부재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관리공단에 전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작금의 사태는 우리의 사회경제구조 및 국민의식의 문제는 제쳐놓고 정치적 고려와 판단에 의해 여론몰이식 희생양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국세청의 자료에 의하면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율이 현재 30%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가입자간의 보험료 부담의 불공평성 문제가 대두되리라는 것은 예측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시정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성공적인 시행을 추구하고자 했다면 정부 나름의 체계적인 소득파악 시스템의 정비를 강구했어야 하는 것이다. 조세 행정체계의 개선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소득파악이 철저하게 이루어졌다면 연금제도의 확대 과정 상에서 이와 같은 국민적 불만과 불평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 복지국가는 조세체계를 개혁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으로 복지와 관련된 제도적인 장치마련을 위한 재원조달은 공정하고 철저한 조세행정에 달려있다. 더구나 앞으로 의료보험의 통합, 그리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 여타 사회보험을 위해서도 정확한 소득파악은 비단 보건복지부의 문제라기 보다는 국세청, 노동부 등 관련부처 모두의 당면 과업이었다. 따라서 현재 늦었지만은 연금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범정부적인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연금제도 확대과정에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은 국가정책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서 연유하고 있다. 즉, 그 동안 역대 정권들이 취한 사회복지문제에 대한 정치적 이용으로 말미암아 각종 제도의 시행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저변에 깔려 있고 결국 이것이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는 현정부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조세개혁 선행해야
한편 국민들도 사회보험의 원리에 의한 연금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즉, 사회보험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연금이나 생명보험처럼 자신의 능력이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일종의 저축성의 사보험이 아니고 사회구성원들의 연대성을 도모하고 공존공영을 위해 보험료를 사회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전국민 개연금시대를 맞아 공단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이 37조원이나 수년내에 수백조원이 될 것이며 이것은 정부예산의 몇 배가 될 것이다. 과거처럼(제도시행초기) 국민연금기금을 국가가 싼 이자로 강제로 빌려쓴다든지 하여 기금손실을 초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연금재정의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지를 없애야 한다. 연금기금은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을 최대한 도모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연금확대실시는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다소간의 갈등을 감내하고 이것을 민주적으로 수용하면서 제도시행과정에서 보완하는 선에서, 그리고 복지국가의 틀을 완비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국민연금의 확대는 사연금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기에 이에 따른 치밀한 자본의 공세에 국민들이 휘말리지 않는 지혜가 더욱 요청된다. 복지국가의 제도적 틀의 완비가 복지국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여타 제영역의 민주화와 실질적인 내용의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복지국가는 만들어 가는 것이지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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