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호 [시사포커스] 시민단체운동의 재평가
2003-04-04 14:01 | VIEW : 19
 
120호 [시사포커스] 시민단체운동의 재평가
시민단체여, 엄습해오는 기성정치판의 습관을 경계하라!

김성희 / 편집위원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민주적이라는 시민단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늘상 자신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기성의 정치판을 어느새 닮아가고 있는 탓이다.
지난 1월 11일 경실련 사무총장의 칼럼표절, 대필 사건은 시민단체의 관성화된 현 모습에 심각한 문제제기를 던졌다. 보수적이고 위계적인 정치판이 지양해야 할 하나의 문화인 표절, 대필문화가 가장 민주적이고 투명해야 할 시민운동의 진영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은 시민단체의 또 다른 위기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은 그 사람의, 그 단체를 대표하는 하나의 사상이며, 얼굴이다. 더군다나 시민들의 욕구와 권리를 대표하며, 이러한 시민들과의 접점을 중요시하는 시민단체의 경우에 언론플레이는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중요한 기제요, 각 단체의 지향점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다른 시민단체에서도 대필이나 표절이 적지않게 행해지고 있다. 단체 상급자의 원고를 대필하는 것이 하나의 업무가 되어버렸을 정도이다. 이는 한 개인의 도덕성 상실이라는 문제로 볼 수 있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단체의 활동이 관성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각 시민단체는 서서히 자신의 단체를 알리기에만 급급하여 하나의 사안에 대한 성과만을 중요시하기에 이르렀다. 시민과의 끊임없는 유대와 자성의 과정이 뒷전에 밀리고 결과와 단체의 명예욕만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시민단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시민운동을 개혁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김대중 정부의 각종 호의에 시민단체의 시민운동가들이 제도권내로 대거 영입되어감에 따라 시민단체의 비판적, 진보적 시각이 쇠퇴해가고 있다. 과거에 통제와 규제로 시민단체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던 기존 정권과 달리 김대중 정부의 시민단체에 대한 우호적인 관계설정은 전례없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호의적인 태도가 진보와 개혁에 대한 시민운동진영과의 화합을 위함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인권 대통령’, ‘민주 대통령’이라는 자신의 슬로건을 위해 한번쯤 인심 쓰려함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시민단체 포섭과정 속에서 시민단체는 혼란스러워 하는 듯 하다. 지난 국회529사건을 비롯하여 김대중 정부의 개혁에 관한 사업 평가에 있어서도 그다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시민단체는 정부에 대한 미적지근한 태도가 아직은 탐색기인 탓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모호한 시민단체의 일련의 모습들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신관변단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위태로운 시민단체의 양상들은 시민단체에게 새로운 위상의 재정립과 각성을 요구한다. 올바른 민주주의의 실천을 위한 시민의 목소리로써 그리고 기존의 권력과 억압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기성의 정치권을 견제하는 하나의 진지전으로서 자리매김 해야한다. 그리고 건강하고 투명한 시민의 운동 영역이 되기위해서는 대필, 표절 등과 같은 기성 정치판의 관행을 답습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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