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호 [시사포커스] 신지식인정책에 대하여
2003-04-04 14:02 | VIEW : 28
 
121호 [시사포커스] 신지식인정책에 대하여
신지식인의 임무, 이윤창출을 도모하라

김성희 / 편집위원


지난 2월 27일과 3월 11일 청와대에서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김 대통령이 자진하여 방송통신대학교의 졸업식에 참석한 일과 각 대학 수석졸업생이 초청되던 관례를 깨고 재학 중 벤처기업을 설립한 졸업생 및 고학생, 발명가, 의료봉사자 등의 졸업생을 청와대에 초청한 것이다. 이는 서울대 중심 학벌체제의 파괴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라는 김 대통령의 가치관에 부합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신지식인’의 논의와 결부시켜 보건대 이를 단순히 김 대통령 가치관의 한 일면으로만 여길 것은 아닌 듯 싶다. 오히려 이러한 김 대통령의 모습은 실용적인 지식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학문 구조로의 재편성을 의미함과 동시에 학문 영역에 자본의 편입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파악할 수 있다. 즉, IMF라는 경제적 위기 상황 속에서 실용성과 경제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지식인의 구축을 위한 모색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서둘러 규정하고 있는 ‘신지식인의 상’이라는 개념은 애매하기 그지없다. 이는 전통적인 지식인이 갖는 엘리트적이고 폐쇄적인 의미를 약화시키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돈이 되는 지식을 지닌 자만이 진정한 지식인이라는 의미로 들리기도 한다.

이러한 정부의 새로운 지식인 구축을 위한 시도는 이미 대학 내 학과의 구조조정과 행정운영에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 대학은 ‘학문탐구의 전당’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의를 떨쳐 버리고 단지 취업을 위한 ‘인력 양성소’로서의 충실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이윤창출이 가능한, 즉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학과 중심으로 구조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발표된 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서도 산업체의 사내대학을 양성한다던가, 전문대학이 산업체 등이 요구하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주문식교육의 설치는 대학과 기업의 직접적인 연계를 통하여 보다 효율적인 기능인 중심의 인력을 양성하려는 의도로 파악할 수 있다. 즉, 정부는 세계화와 정보화에 부합하는 지식인을 양성한다는 방침아래 대학과 기업의 연계를 꾀하려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부가가치 창출의 기반으로서의 대학을 상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식구조의 재편성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은 변화하는 경제구조 속에서 자본증식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실용적 지식을 우위에 두고자하는 것임을 쉽사리 눈치 챌 수 있다. 그러나 지식이 어떠한 단기적이고 효율적인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기반으로만 작용할 수는 없다.

요즘 지식경영이니, 지식사회니 하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돈벌이가 되는 지식을 쌓아라. 이 사회에서 진정한 인정받는 지식인으로 서기 위해서는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가지라는 말이다. 사회비판자로서의 지식인의 상은 이제 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30년전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이 다시금 가슴에 와닿는 시기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